“AI학과 국내 첫 신설… 가천대를 ‘판교밸리’의 스탠퍼드大로 키울 것”

  • 작성일: 2019-10-17 09:00:00

이길여 가천대 총장 인터뷰

“가천대를 판교테크노밸리의 스탠퍼드대로 키우겠습니다. 인공지능(AI)학과의 설치는 그 시작입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의 목소리는 자신에 차 있었다. 10년, 20년 후 가천대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이 총장의 눈빛은 더욱 또렷해졌다. 그는 “가천대가 20년 뒤에는 한국의 3대 대학에 진입하면 좋겠다”며 “내가 최선을 다해 더 좋은 학교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I학과 출범을 계기로 10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가천대에서 이 총장을 만났다.

―AI학과를 신설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최초니까. 국내 대학에서 학부 과정의 AI학과를 만드는 건 가천대가 처음이다. 다들 AI가 중요하다, 4차산업이 중요하다 이야기하지만 이걸 학과 차원에서 가르치는 건 우리가 처음이다. 앞으로 모든 학문과 산업에서 AI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


가천대가 신설한 AI학과는 정원이 50명이다. 1, 2학년 때는 소프트웨어 코딩과 수학 등의 기초를 배우고 3, 4학년 때는 로봇공학, 데이터 과학, 딥러닝 등의 심화과정을 배운다. 올해 9월 2020학년도 수시모집 접수에서 AI학과는 18.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2월 말에는 정시모집을 실시한다. 이 총장은 “올해 전체 학교 차원에서 교수 50명을 새로 뽑는데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 등 AI 관련 교수가 15명에 이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3년 전 가천대 길병원에 AI 의사인 ‘왓슨’을 도입하면서 화제가 됐다. 그 영향이 있나.

“맞다. AI인 왓슨은 암과 관련된 모든 의학저널을 다 외우고 있다. 바둑의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한다. 처음에 유방암, 폐암 등 4개 암에 왓슨 진단을 도입했다. 환자 데이터를 넣으면 약 7초 만에 진단과 처방이 나오더라. 왓슨의 진단 결과는 길병원 내 여러 과 의사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와 동일했다.”

이 총장은 195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의 길을 걸었다. 1958년 병원 운영을 시작해 1978년 길의료재단을 설립했다. 지금 가천대 길병원의 전신이다. 이 총장은 병원을 운영하면서 정보기술(IT)에 대한 관심이 컸다. 한국에서 IT 개념조차 없던 1987년 병원 원무 업무를 모두 전산화했다. 이 총장은 “(전산화에) 당시 돈으로 4억 원 정도 들었는데, 만약 서울 강남에 땅을 샀다면 엄청난 금액이 됐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만큼 일찍부터 IT 분야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의미다.

―IT 기업이 밀집한 판교와 가까운 것이 장점일 것 같다.

“그렇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우리 대학은 스탠퍼드대와 같은 위치다. 인접한 판교의 IT 기업에서 활약할 다양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다. 반대로 산업계의 변화를 빠르게 교육으로 흡수할 수 있는 이점도 갖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이전한 터에 들어서는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우리 학생들이 판교 IT 기업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산학협력 거점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의 AI 연구 지원에 대한 의견은….

“2000년대 초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IT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한국은 IT 강국이 될 수 있었다. 지금은 국가적으로 AI 분야에 적극 투자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12개 대학이 AI대학원 사업 신청을 했는데, 정부가 단 3곳만 지정해 지원하기로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겠다고 하는 곳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받아 주면 좋겠다.”

―이 총장이 바라는 20년 후 가천대의 모습은 무엇인가.

“20년 후에는 우리 대학이 적어도 대한민국 3대 대학에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때를 대비해 다른 곳보다 우수한 교수들을 선발하고 있다. 내가 처음 경원대(가천대의 전신) 총장으로 왔을 때, 졸업생 한 분이 ‘앞으로 동문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더라. 그동안 졸업생들이 학교를 자랑하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좋은 학교를 만들겠다.”

―AI학과를 만드는 것도 학교 발전계획의 일환인가.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무엇이든 앞서가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 앞으로 인공지능 하면 가천대를 떠올릴 수 있도록, AI 교육과 연구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되겠다.”

가천대는 2012년 3월 가천의과학대와 경원대를 통합해 출범했다. 가천의과학대는 2006년 가천의과학대와 가천길대, 경원대는 2007년 경원대와 경원전문대가 합쳐진 학교다. 즉 4개의 대학이 합쳐져 한 대학이 된 셈이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와 인천 연수구 등 수도권 두 곳에 캠퍼스가 있다. 대학원을 포함하면 재학생 수가 2만800명에 이른다. 지난해 취업률은 65.1%로 수도권 재학생 3000명 이상 4년제 대학 중 6위로 집계됐다. 가천대 관계자는 “의대 약대 한의대부터 예술대까지 아우르는 종합대학이 되면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밝혔다.

 

출처: 동아일보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191017/97912857/1